캄보디아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49명 검거…피해액만 105억

서울경찰청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2개를 적발해 49명을 검거했다.

로맨스스캠부터 기관 사칭까지 수법이 다양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캄보디아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49명 검거…피해액만 105억

피의자들이 사무실에서 체포된 장면. 청와대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캄보디아 프놈펜·프레이뱅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2개를 적발하고 가담자 49명을 검거했다. 이 중 37명은 구속됐다.


이들 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0개월간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총 10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착수 3개월 만에 핵심 조직원 대부분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인 총책은 국내로 송환해 구속 송치했으며, 현지에서 검거된 중국인 총책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로맨스스캠에 노쇼 사기까지…수법도 다양

첫 번째 조직은 로맨스스캠과 노쇼 사기를 결합한 수법을 썼다.

로맨스스캠은 일본인 여성으로 위장해 SNS로 접근한 뒤 1주일에서 최장 3개월에 걸쳐 온라인 연인 관계를 쌓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신뢰가 쌓이면 "쇼핑몰 구매대행 부업을 하면 커미션을 받을 수 있다"며 해외 유명 쇼핑몰을 위장한 가짜 사이트로 유도했다. 초반에는 실제로 소액 수익을 지급하며 피해자의 경계심을 낮춘 뒤, 고액을 입금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출금을 거부하는 이른바 '돼지도살' 수법으로 28명에게서 약 23억원을 빼앗았다.


이후에는 수법을 바꿔 "같이 코인 연애 적금을 들자"며 가짜 가상자산 적금 사이트로 유도하는 방식으로도 범행을 이어갔다.


노쇼 사기는 대학교 교직원이나 스님 등을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접근하는 수법이었다. 수천만원어치 물건을 살 것처럼 위조 명함과 사업자등록증을 보내 신뢰를 쌓은 뒤 "항온항습기, 제습기 등을 대리 구매해 주면 한꺼번에 대금을 주겠다"며 돈을 가로챘다. 이 수법으로 피해자 16명에게서 약 5억3400만원을 편취했다.


◇악성앱 심어 금융감독원·검찰 사칭

두 번째 조직은 기관 사칭 방식을 택했다.


"카드가 잘못 배송됐다"는 전화로 접촉한 뒤 원격제어 프로그램과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악성 앱이 깔린 상태에서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청에 전화하면 자동으로 조직원과 연결되는 구조였다. 이후 허위 공문서를 보내며 "명의도용 사건에 연루됐다"고 겁을 준 뒤 현금이나 골드바를 직접 전달하게 하는 방식으로 23명에게서 약 75억원을 빼앗았다.


이 조직은 검사 역할과 금융감독원 역할을 나눠, 한 명은 구속·재산 몰수 등으로 협박하고 다른 한 명은 피해자를 도와주는 척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을 썼다.


◇엄격한 위계질서로 운영된 범죄 조직

두 조직 모두 총책부터 유인책까지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춘 해외 거점 범죄단체였다. 조직원들은 서로 가명을 쓰고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됐으며, 지각 등 근무 태도가 불량하면 벌금을 냈다. 범행 성공 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조직원들의 범행을 독려했다.


로맨스스캠·노쇼 조직의 경우 조직원 상당수(42%)가 한국인 총책의 지역 선·후배로, 지역적 유대감에 기반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출국 전부터 피싱 범죄임을 알았거나 근무 중 불법성을 인식했음에도 고액 수익에 현혹돼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3개월 만에 조직 와해 수준 성과

경찰은 '캄보디아 등 국외납치 집중수사 T/F팀'을 자체 운영하며 수사에 집중했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 한국인 피의자 14명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총 49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공범들의 진술을 토대로 총책이 마지막으로 옮긴 사무실을 특정하고 캄보디아 당국과 공조해 범행 중이던 총책을 포함한 핵심 조직원 16명을 현지에서 검거했다. 범죄수익금 환수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22명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해외 체류 조직원 12명에 대해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 공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사칭 조직의 총책도 아직 검거되지 않아 가담자 14명을 추가로 특정해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해외에서의 범행이라도 반드시 검거되며 범죄수익도 전액 환수된다"고 경고했다. 또 '쇼핑몰 구매대행 부업', '코인 적금', '물품 대리 구매', '금융감독원·검사 사칭 현금 요구' 등의 수법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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