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삼성·SK HBM4만 쓴다... 마이크론은 제외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용 HBM4 공급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선정했다
마이크론은 베라루빈 대신 중급 AI 칩용 HBM4 공급에 무게가 실린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World Economic Forum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 엔비디아)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의 핵심 메모리 납품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확정됐다. 직전 세대까지 공급망에 포함됐던 미국 마이크론은 이번 최고급 제품군에서 제외됐다.
두 기업이 가져가는 경제적 과실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에 1~2년간 대량 납품할 수 있게 된 만큼, 두 기업 모두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베라루빈용 HBM4 물량에서 삼성전자가 최대 공급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전체 엔비디아용 HBM에서 절반 이상의 물량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주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이상이다. AI 시대가 본격화된 2022년 이후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 진입 여부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가르는 잣대가 됐다. 삼성전자가 2년간 위기론에 시달린 것도 엔비디아 대상 HBM 공급이 지연된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HBM3E 12단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며 위기에서 벗어난 삼성전자는 이번 HBM4 수주로 확실히 재기를 알렸다.
◇까다로운 기술 기준 통과가 관건이었다
이번 납품사 선정은 치열한 기술 경쟁의 결과였다. 엔비디아는 베라루빈용 HBM4에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초당 8Gb 표준을 훌쩍 넘는 초당 10~11Gb의 동작 속도를 요구했다. 용량도 HBM4 16개, 총 576GB로 경쟁사 AMD 차세대 가속기 MI450의 HBM4 용량(432GB)을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두 가지 속도 기준 테스트를 모두 사실상 통과했고, 지난달에는 완제품을 엔비디아에 출하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11Gb 기준 최적화 작업을 엔비디아와 함께 진행 중이다. HBM4는 D램 웨이퍼 투입부터 패키징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두 기업 모두 이달 중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베라루빈용 공급에서는 빠졌지만, 중급 AI 가속기인 '루빈 CPX' 등에는 HBM4를 공급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베라루빈 HBM4 공급사에 마이크론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라루빈은 오는 1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처음 공개된다. 공식 출시는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엔비디아는 AMD·브로드컴 등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베라루빈 성능을 기존 대비 다섯 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세계 80여 개 협력사가 출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HBM 호재 속 범용 D램값 급등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서버용 범용 D램 가격이 분기마다 두 배씩 오르며 HBM3E와 비슷한 수익성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 변수다. 공정이 복잡한 HBM4를 만드는 것보다 범용 D램을 더 많이 생산하는 편이 삼성전자 입장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HBM4 공급량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엔비디아를 상대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직접 만나 HBM4 개발을 독려한 것도, 삼성전자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4와 범용 D램을 모두 쥐고 엔비디아에 다양한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엔비디아가 재생산을 결정한 GPU 'RTX 3060' 위탁생산도 수주해 조만간 8㎚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